미래세대의 주역 청소년들을 위한 스포츠 프로그램의 개발과 활성화

청소년 체육활동 성적표

대한민국 중고생 4명 중 1명(26.8%)은 “우울감을 경험해 본 적이 있다”고 한다. 10명 중 1명 이상(12.6%)이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 봤다”고 했다. 더욱 놀라운 건 20명 중 1명(4.9%)이 “극단 선택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거나 시도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은 점이다.(2018~19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

치열한 경쟁과 학업 스트레스로 극단 선택의 입구까지 몰려 있는 우리 아이들. 그나마 숨통을 틔워주는 건 또래들과 땀을 뻘뻘 흘리며 신나게 운동을 하는 시간이다. 청소년 37만568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주 1회 이상 스포츠 활동을 하는 청소년들은 신체활동이 전혀 없었던 그룹에 비해 ‘행복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41~53% 더 높았다.(2017년 연세대 전용관 교수 팀 분석)

지난 10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국제보건기구(WHO) 주관으로 글로벌 매트릭스 4.0 프로젝트 발표회가 열렸다. 57개국 청소년 신체활동 전문가들이 지난 3년간 조사한 청소년 신체활동 리포트카드를 발표하고, 국가간 비교 분석하는 자리였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우리나라 청소년의 신체활동 참여 점수는 D-(57개국 중 공동 37위)였다. 주 4회 이상 신체활동을 하는 청소년은 약 21%에 불과했다. 일본(B-) 중국(C)보다 낮은 성적표였다. 청소년 신체와 정신 건강에 큰 영향을 주는 수면 항목은 F를 받았다. 2020년 기준으로 권장 수면시간(5~13세: 9~11시간, 14~17세: 8~10시간)을 충족하는 청소년은 15%(남 17.8%, 여 12.0%)에 불과했다.

재미있는 건 한국이 청소년 신체활동 관련 정부정책 항목에서 최상위권인 A(뉴질랜드와 공동 1위)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학교체육에 대한 정책을 평가하는 ‘학교’ 항목도 A(공동 2위)가 나왔다. 청소년 신체활동 관련 정책을 주관하는 곳은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다. 이들이 경쟁적으로 청소년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좋은 정책을 냈지만 현장에서 효과가 제대로 나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다. 대한민국 청소년 신체활동(D-)과 정부정책(A)의 미스매치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이번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었다.

현재 초등학교 1,2학년에는 별도의 체육수업이 없다. 유치원에서도 신체활동은 정규 교과에 없다. 중학교는 형편이 좀 나은 편이다. 10여년 전 중학생들의 학교폭력·왕따·자살 등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체육 수업 비중이 커졌다. 현재는 주 3시간에 방과후 활동까지 지원하고 있다.

그러다 고등학교에 가면 체육은 또다시 쪼그라든다. 현재는 3년간 총 10단위 이상 체육수업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2단위를 시행하는 학교는 1,2,3학년 모두 주 2시간씩 편성된다. 12단위에서 10단위로 줄이는 학교가 늘고 있다. 그러면 2학년 또는 3학년은 주 1시간만 할당된다. WHO가 권장하는 청소년 운동시간은 하루 1시간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번에 발표된 57개국 청소년의 신체활동 지수는 범지구적인 공통 과제를 던져줬다. 전 세계의 어린이와 청소년은 충분히 움직이지 않고 있으며 코로나19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대회를 개최한 AHKGA(Active Healthy Kids Global Alliance) 회장인 마크 트렘블레이(캐나다) 교수는 “전반적인 지표가 낙제점이다. 스크린 중심의 실내생활과 코로나19 팬데믹, 글로벌 갈등, 기후변화에 따른 악천후로 인해 전 세계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고 있다. 디지털 화면 사용을 포함해 앉아서 뭔가를 하는 시간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로 인해 미래 세대의 건강과 웰빙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앉아서 하는 생활’의 비중이다. 공부할 때를 빼고도 청소년이 영상 시청이나 인터넷 검색, 게임, SNS 활동 등에 쓰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019년 국내 조사에 따르면 ‘학습 외에 앉아서 스크린을 보는 시간’이 2시간 이하인 청소년은 4.0%에 불과했다. WHO는 2030년까지 청소년의 신체활동 시간을 15% 향상시키겠다고 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연구를 총괄 지휘한 전용관 연세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자료 수집 기간이 3년으로 늘어나 연구의 타당도가 어느 때보다 높았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신체활동 수준이 매우 낮다는 게 확인됐다. 반면 관련 정책은 양과 질에서 세계 정상권인 것도 입증됐다. 이 둘 간의 간극을 메우는 게 앞으로의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재 스포츠전문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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